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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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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꽃’ 사진을 찍은 뒷이야기들


‘밥꽃’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지 꼬박 아홉 해. 『밥꽃 마중』이라는 책으로 엮고 난 그 뒷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선 먼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밥꽃은 살아있는 생명. 때를 놓치면 꼬박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 일하다가 때를 놓치기도 하고, 몰라서 놓치기도 하고, 어렵게 찍은 사진에 얼룩이 져서도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 시금치 암수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찍으려고 보니 이미 꽃이 진 상태. 잣나무꽃은 아주 높은 나무 꼭대기에 피어, 언제 찍을까 하며 시기를 재다가 놓치곤 했다.  

둘째는 농사일 틈틈이 사진을 찍다보니 데 어려움이 많았다. 호박꽃은 일찍 핀다. 피는 모습을 보려면 으스름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벼꽃은 한여름 뜨거운 한낮에 핀다. 가만히 방안에 있어도 땀이 나는 때. 위에서는 작열하는 햇살이 내리쬐고, 땅에서는 후끈후끈 달은 열기가 올라온다. 게다가 꽃은 작고 바람은 불고. 초점을 맞추기가 참 어려웠다. 궁리 끝에 우산을 받쳐, 바람과 강한 빛을 가렸다. 이렇게 뜨거운 한낮에 한 시간 가량을 삼각대를 받치고 꼬박이 기다리며 찍어야 했다.

셋째는 렌즈가 망가져 카메라 수리를 보내야했다. 접사 렌즈를 많이 쓰다 보니 삼각대를 설치해야할 때가 많다. 바닥이 고르지 않는데다가 배꽃 같은 경우는 삼각대 다리를 다 펼쳐서 높게 해야 했다. 아차, 하는 순간 카메라가 넘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렌즈만 망가지고 바디는 수리만 하면 되었다. 수리를 맡기고 다시 오는 동안의 기다림은 꽤나 길고 어려웠다. 늘 카메라가 곁에 있다가 사라졌을 때오는 상실감. 사진이란 순간의 예술, 그 순간을 놓치면 결코 다시 잡기 어렵다. 바로 가까이에 카메라가 없을 때 오는 중독 증세로 끙끙 앓곤 했다.

이렇게 오래도록 사진을 찍으면서 아주 보람된 순간도 있다. 완두꽃은 밤에는 꽃잎을 닫는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전혀 아니올시다. 밤 10시에도 찍고, 새벽 두 시에도 찍었다. 그것도 한 해만이 아니라 세 해쯤 확인했다. 꽃잎을 닫는 꽃도 있지만 꿋꿋하게 밤을 밝히는 꽃이 제법 있더라. 어쩌면 밤에 핀 완두꽃 사진은 나만이 찍은 거라고 자부해본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걸 새로 알게 되었다. 사진은 자세히, 찬찬히, 여러 번 보는 것 가운데 가장 느낌이 좋은 순간을 찍게 된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건 밥꽃이 갖는 인문학적인 의미다. 내가 계속 탐구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꽃을 찍으면 찍을수록, 꽃을 알면 알수록 사랑이 갖는 깊이와 넓이가 새삼 끝도 없다는 걸 배우고 느낀다. 식물마다 꽃을 피우고 사랑을 나누고 결실을 맺는 과정들이 경이롭다.

이렇게 찍은 수만 장 사진이 책으로만 머물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이 사진을 토대로 동영상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 부족한 사진이 많았다. 책에 들어갈 사진과는 조금 다른 사진들이 더 필요했다. 말하자면 꽃뿐만이 아니라 싹이 나서 다시 열매를 맺는 전 과정의 사진이 더 필요하더라.

게다가 동영상 작업으로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영상은 종합 예술. 글과 말과 사진과 음악 그 모두가 어우러진다. 하여 벅차기는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구상하고 다듬고 연결하는 일들을 한다. 남이 만든 문화나 예술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자기만의 예술을 만들어가는 건 꽤나 큰 기쁨이다. 완성이 되고, 인연이 닿는 만큼 전국 순회 상영을 한다.

이 많은 일들을 필요에 따라 다시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비가 올 때, 추운 겨울에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그래도 덕분에 관련되는 일들이 자꾸 새로 생긴다. 우선 올해가 내 환갑이라 아내가 이 사진들을 고르고 골라 환갑 기념달력을 만들었다. 인쇄기술이 좋아서인지 한 부 만드는 데 2만 원 정도 들었다. 아주 괜찮은 선물이라는 걸 알았다.

독자를 어린이로 하는 밥꽃 책을 내자는 출판사 제안도 받았다. 사진은 많으니까 글만 아이들 눈높이로 쓰면 되는 데 얼마나 에너지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한 두 해쯤 시간을 준다면 가능할까.

사진전을 열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 사실 몇 해 전부터도 받기는 했지만 선뜻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나로서는 기대가 되지만 너무 낯설다. 새롭게 생각할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 인연들이 더 엮이고 쌓여가야 하리.

누군가 그랬다. ‘사진을 찍는 건 신의 눈을 갖는 거’라고. 그 말이 어렴풋 와 닿는다. 순간에서 영원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신의 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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